현대차·HL 주차로봇 아파트로 확대, 주차공간 20~50% 늘릴 수 있을까
현대차그룹과 HL이 오피스·공장 중심이던 주차로봇을 아파트 등 공동주택으로 확대하고 있다. 핵심은 로봇이 운전자 대신 차를 옮겨 문을 여는 공간과 사람의 이동 통로를 줄이고, 같은 주차장 면적에 더 많은 차량을 배치하는 것이다.
다만 ‘주차면이 20~50% 늘어난다’는 숫자를 모든 아파트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주차장 구조와 차량 구성, 입출차 집중 시간, 로봇 대수, 안전구역 설계에 따라 실제 효과가 달라진다.
현대차그룹은 왜 오피스에서 아파트로 주차로봇을 확대하나
현대차그룹의 주차로봇은 실험실에서 막 나온 기술이 아니다. 현대위아 주차로봇은 서울 성수동 오피스 건물인 팩토리얼 성수에서 실제 주차·출차 서비스에 투입됐고,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에서는 완성된 차량을 옮기는 데 사용되고 있다.
다음 단계가 공동주택이다.
현대자동차·현대위아·현대건설 컨소시엄은 경기 시흥시 힐스테이트 더웨이브시티에서 공동주택 주차로봇 실증사업을 추진한다. 실제 아파트 환경에서 주차면 부족과 혼잡을 줄일 수 있는지, 보행자가 함께 이용하는 공간에서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오피스와 공장은 이용 패턴을 상대적으로 통제하기 쉽다. 반면 아파트는 출근 시간과 퇴근 시간에 출차·입차 요청이 몰리고, 주민과 방문객 등 다양한 이용자가 움직인다. 어린이와 고령자가 주차장에 들어올 수도 있다.
그래서 공동주택 실증은 단순히 로봇이 자동차를 옮길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단계와 다르다. 실제 생활 공간에서 처리 속도와 안전성, 장애 상황 대응, 이용 편의까지 함께 검증해야 한다.
현대위아와 현대건설의 협력도 이 흐름과 맞닿아 있다. 두 회사는 주차로봇을 완성된 주차장에 추가하는 방식에서 더 나아가 건축 단계부터 로봇 운행을 고려한 주차장 설계를 추진하고 있다.
주차로봇의 효과를 크게 만들려면 로봇 자체만큼 건물 설계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주차로봇은 자동차를 어떻게 주차하나
주차로봇은 운전자가 차에서 내린 뒤 로봇이 차량 아래로 들어가 바퀴를 들어 올리고 빈 공간으로 이동시키는 방식이다.
일반 주차에서는 운전자가 차를 세운 뒤 문을 열고 나와야 한다. 주차된 차량 사이에는 문을 여닫을 공간이 필요하고 사람이 걸어 나갈 통로도 확보해야 한다.
로봇이 차량을 옮기면 조건이 달라진다.
운전자는 별도로 마련된 인계 공간에서 차량을 맡기고 내릴 수 있다. 사람이 최종 주차면까지 들어갈 필요가 없으므로 차량 사이 간격과 일부 보행 공간을 줄여 차량을 더 촘촘하게 배치할 여지가 생긴다.
주차로봇의 장점은 운전이 어려운 좁은 공간에서 특히 커질 수 있다. 사람이 핸들을 여러 차례 돌리며 전진과 후진을 반복할 필요 없이 로봇이 차량 자체를 들어 이동시키기 때문이다.
현대위아는 전기차와 대형 SUV 증가에 대응해 이송 가능한 최대 차량 중량을 기존 2.2톤에서 3.4톤으로 높였다. 여러 대를 함께 운영할 수 있도록 50대 이상의 주차로봇을 동시에 제어하는 스마트 관제 기술도 개발했다.
HL로보틱스의 실내 주차로봇 PARKIE도 AMR, 즉 자율주행 이동로봇 방식이다. 주변 장애물과 빈 공간, 이동 경로를 스스로 인식하고 차량의 바퀴 간격과 중심을 확인한 뒤 자동차를 들어 옮긴다.
주차로봇이 단순한 원격조종 운반 장비가 아니라 차량 인식, 자율주행, 관제 시스템이 결합된 주차 자동화 시스템인 셈이다.
주차공간 20~50% 증가는 모든 아파트에 가능한가
현대차그룹은 공동주택 실증과 관련해 주차로봇을 활용하면 동일 면적에서 차량 수용 능력을 기존보다 20~50%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HL로보틱스는 PARKIE 도입 시 기존 자주식 주차장에 비해 주차구획을 최대 약 30% 추가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두 숫자는 서로 모순되는 수치라기보다 적용 조건과 산정 방식이 다른 것으로 보는 편이 정확하다.
예를 들어 기존 주차장이 100대를 수용한다고 단순 가정하면 20% 증가 시 120대, 30% 증가 시 130대, 50% 증가 시 150대가 된다.
작성자 계산:
기존 100면 × 1.20 = 120면
기존 100면 × 1.30 = 130면
기존 100면 × 1.50 = 150면
하지만 실제 아파트에 로봇을 설치한다고 해서 기존 100면이 자동으로 150면이 되는 것은 아니다.
기둥 위치와 램프 구조, 소방·피난 공간, 차량 크기 구성, 전기차 비중, 로봇 이동 통로, 차량 인계 구역 등이 모두 영향을 미친다. 기존 아파트를 바꾸는 경우와 처음부터 로봇 운행을 전제로 신축하는 경우에도 확보 가능한 공간이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20~50%’는 주차로봇이 공간 활용도를 어느 정도 개선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보여주는 범위로 이해해야 한다. 개별 단지의 실제 증가율은 주차장 도면을 놓고 별도로 계산해야 한다.
HL도 PARKIE를 앞세워 공동주택 시장을 준비하고 있다
HL로보틱스는 실내 자율주행 주차로봇 PARKIE와 실외용 STAN을 중심으로 주차로봇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PARKIE는 사무용 건물 운영을 거쳐 공동주택으로 적용 범위를 넓히는 방향이 뚜렷하다.
공동주택 시장을 겨냥하는 이유는 주차면을 늘리는 것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기존 자주식 주차장은 운전자가 지하층까지 직접 내려가 빈자리를 찾고 주차한 뒤 엘리베이터까지 걸어가야 한다. 출차할 때는 반대로 차량까지 이동해야 한다.
주차로봇을 활용하면 장기적으로는 사람이 차량 인계 구역에서 차를 맡기고, 시스템이 빈자리 검색과 차량 이동을 담당하는 형태로 운영할 수 있다. 출차 예약과 건물 관리 시스템이 연동되면 사용자가 원하는 시간에 맞춰 차량을 인계 장소로 이동시키는 서비스도 가능하다.
HL로보틱스의 PARKIE는 모바일 앱에서 차량 위치를 확인하고 출고를 예약하는 기능을 제공하며, 다른 주차설비나 빌딩관리 시스템과 연동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다만 아파트에서는 기능이 많다는 사실보다 수백~수천 세대가 동시에 사용하는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주차로봇 시장이 공동주택으로 커질수록 경쟁 기준도 ‘차를 들어 옮길 수 있는가’에서 ‘주민이 불편 없이 매일 사용할 수 있는가’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아파트 도입의 진짜 관건은 출퇴근 시간과 안전이다
공동주택 주차로봇의 성패는 최대 주차대수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실제 거주자가 체감하는 핵심 지표는 차량을 얼마나 빨리 맡기고 받을 수 있는지다.
오전 출근 시간에 여러 세대가 동시에 출차를 요청한다고 가정해 보자. 주차면이 30% 늘었더라도 차량 한 대를 가져오는 시간이 길고 출차 요청이 줄을 서면 주민 입장에서는 편리한 주차장이 아니다.
그래서 로봇 한 대의 이동속도보다 전체 시스템의 처리 능력이 중요하다.
몇 대의 로봇을 동시에 운영하는지, 어느 위치에 차량을 배치해야 다음 출차가 빨라지는지, 예약 요청을 어떤 순서로 처리하는지, 로봇 한 대에 문제가 생겼을 때 다른 로봇이 업무를 이어받을 수 있는지까지 관제 시스템이 판단해야 한다.
안전 문제도 공동주택에서는 더 까다롭다.
주차로봇 제도 정비 과정에서는 차량중량뿐 아니라 입출고 시간, 이동 중 차량 이탈 방지, 장애물 감지 등 안전기준이 함께 다뤄지고 있다. 차량을 옮기는 능력만 확보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차량이 함께 있는 공간에서 위험을 통제할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특히 주민이 차량 인계 구역과 로봇 전용 운행구역을 어떻게 이용하는지, 사람이 로봇 운행구역으로 들어갔을 때 시스템이 어떻게 멈추는지, 정전이나 통신 장애 때 차량을 어떻게 출고할지도 실제 단지에서는 중요해진다.
2026년이 중요한 이유는 기술보다 제도가 움직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주차로봇은 기술만 개발한다고 아파트에 바로 설치할 수 있는 장비가 아니었다. 공동주택에 적용하려면 기존 주택·주차장 관련 제도 안에서 설치할 수 있는 법적 근거와 안전기준이 필요하다.
국토교통부는 2026년 주차로봇 보급을 위한 제도 정비를 추진하고 있다.
자동이송주차장치, 즉 주차로봇의 차량중량과 입출고 시간, 차량 이탈 방지 및 장애물 감지 같은 안전기준을 마련하는 한편 공동주택에 주차로봇을 설치할 수 있도록 관련 주택건설 기준도 손질하는 방향이다.
이 변화가 중요한 이유는 주차로봇 시장의 경쟁 장소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오피스, 공장, 일부 실증시설처럼 운영 조건을 관리하기 쉬운 곳에서 기술력을 보여주는 단계였다. 공동주택 설치 제도가 정착하면 신축 아파트뿐 아니라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에서도 로봇을 전제로 주차장을 설계하는 선택지가 생길 수 있다.
다만 제도적으로 설치할 수 있다는 것과 모든 아파트에 경제성이 있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로봇 구매·운영 비용과 유지보수, 관제설비, 인계 공간 설치비용을 포함해 기존 방식으로 주차장을 만드는 비용과 비교해야 한다. 기존 아파트라면 구조 변경 가능성까지 검토해야 한다.
앞으로 현대위아와 HL 경쟁에서 봐야 할 것은 무엇인가
현대위아와 HL로보틱스 모두 자동차를 들어 옮기는 로봇 자체를 넘어 건축·주차장 설계와 관제 시스템을 묶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현대위아는 팩토리얼 성수에서 실제 주차 서비스를 운영했고 HMGMA에서는 약 50대의 주차로봇을 완성차 이동에 활용하고 있다. 현대건설과는 건축 단계부터 로봇 운행에 맞는 주차장을 설계하는 협업도 진행하고 있다.
HL로보틱스는 실내 PARKIE와 실외 STAN을 보유하고 있으며 PARKIE를 공동주택과 공항 등 이용 환경이 다른 장소로 확장하고 있다.
앞으로는 단순 최대 적재중량보다 실제 운영 데이터가 중요해질 가능성이 높다.
출퇴근 집중 시간대 평균 출차시간, 로봇 한 대가 하루에 처리할 수 있는 차량 수, 장애 발생률과 복구시간, 유지관리 비용, 기존 주차장 대비 실제 추가 확보 면수 같은 데이터가 쌓여야 아파트 단지에서도 경제성을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주차로봇이 아파트 주차난의 해법이 될지는 ‘로봇이 자동차를 움직인다’는 기술 시연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같은 공간에 실제로 몇 대를 더 넣을 수 있는지, 주민이 기다리는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장애 상황에서도 차량을 꺼낼 수 있는지, 설치·유지비용까지 계산했을 때 기존 주차장보다 유리한지가 함께 확인돼야 한다.
2026년의 변화는 주차로봇이 곧 모든 아파트에 들어온다는 의미라기보다, 오피스와 공장에서 검증해 온 기술을 실제 주거 공간에서 검증하고 적용할 수 있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현대차그룹의 시흥 공동주택 실증과 현대위아·현대건설의 신규 사업지 적용, HL로보틱스의 공동주택 확대가 진행되면서 이제 관심은 ‘주차로봇이 가능한가’에서 ‘어떤 아파트에서 얼마나 효율적인가’로 이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