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라는 표현은 어디까지 맞나
기사 제목의 ‘세계 첫 다이아몬드 양자컴퓨터’를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면 정확하지 않습니다. 다이아몬드의 질소-공극(NV) 센터를 이용해 상온에서 작동하는 양자컴퓨터는 이미 이전에 존재했고, 독일항공우주센터(DLR)는 2023년부터 4큐비트급 NV 센터 시스템을 도입해 왔습니다. 2025년에는 프라운호퍼 IAF에도 Quantum Brilliance의 상온 다이아몬드 양자 가속기가 설치됐습니다.

이번 삭손 큐(SAXON Q)의 기록에서 중요한 부분은 ‘다이아몬드 NV 센터 방식으로 10큐비트를 넘어선 상용 시스템’이라는 점입니다. 삭손 큐는 SXQ128과 SXQ512를 다이아몬드 NV 센터 방식에서 처음으로 10큐비트를 넘어선 제품군이라고 설명하고 있으며, Live Science도 공개된 기존 연구와 시스템을 검토했을 때 10큐비트를 넘는 동작 시스템을 확인하기 어려웠다고 전했습니다.
따라서 이번 소식을 가장 정확하게 표현하면 ‘세계 최초의 다이아몬드 양자컴퓨터’가 아니라 ‘10큐비트를 넘어선 다이아몬드 NV 센터 기반 상온 양자컴퓨팅 시스템’에 가깝습니다.
128큐비트라는 숫자는 어떻게 봐야 하나
SXQ128의 ‘128큐비트’를 하나의 거대한 128큐비트 프로세서가 모두 동시에 얽혀 계산하는 구조로 이해하면 안 됩니다. 공개된 제품 구조는 여러 양자 코어를 묶는 멀티코어 방식이며, SXQ128은 16개 코어로 구성됩니다. 회사 자료를 분석한 기술 자료에서는 코어당 완전 얽힘이 가능한 단위를 8큐비트로 설명합니다.

작성자 계산: 16개 코어 × 코어당 8큐비트 = 총 128큐비트
따라서 총 시스템 용량 128큐비트와 하나의 양자 회로에서 직접 얽혀 연산할 수 있는 큐비트 수는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코어 사이 작업은 독립 실행이나 고전 컴퓨터를 이용한 결과 결합 방식이 포함될 수 있어, 단일 연결형 128큐비트 프로세서와 동일한 기준으로 숫자만 비교하기 어렵습니다. PostQuantum.com
이 때문에 다른 회사의 100큐비트급 양자 프로세서보다 큐비트 숫자가 크다는 이유만으로 SXQ128의 계산 성능이 더 높다고 판단할 수도 없습니다. 양자컴퓨터는 큐비트 수뿐 아니라 큐비트 연결 구조, 2큐비트 게이트 정확도, 오류율, 코히런스 시간, 실행 가능한 회로 깊이까지 함께 봐야 합니다.
다이아몬드가 어떻게 양자컴퓨터가 되나

삭손 큐가 사용하는 것은 보석용 다이아몬드가 아니라 인공적으로 만든 합성 다이아몬드 내부의 질소-공극 센터(NV center)입니다.
다이아몬드는 원래 탄소 원자가 규칙적으로 배열된 결정입니다. 탄소 원자 하나의 자리에 질소 원자를 넣고 바로 옆 탄소 자리를 비워 두면 NV 센터라는 원자 수준의 결함이 만들어집니다. 이곳에 존재하는 전자의 스핀 상태를 레이저와 마이크로파로 제어하면 양자정보를 저장하고 조작하는 큐비트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보통 반도체라면 ‘결함’은 줄여야 할 대상이지만, 다이아몬드 양자컴퓨터에서는 정밀하게 만들어낸 결함 자체가 핵심 소자가 되는 셈입니다.
NV 센터는 상온에서도 양자 상태를 다룰 수 있다는 특성이 있어 초전도 큐비트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양자컴퓨터를 설계할 수 있습니다.
‘상온에서 작동한다’는 것이 중요한 이유
삭손 큐는 시스템의 작동 환경을 약 293K, 일반적인 실내 온도로 제시하며 극저온 냉각장치 없이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표준 서버 랙에 넣고 일반 전원에 연결할 수 있다는 것도 제품의 핵심 특징입니다.

초전도 방식 양자컴퓨터는 큐비트를 매우 낮은 온도로 유지하기 위한 희석냉동기 등 대규모 냉각 설비가 필요합니다. 반면 NV 센터 방식은 큐비트 자체를 극저온으로 냉각할 필요가 없어 장비의 크기와 설치 조건을 줄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상온 작동’을 일반 PC처럼 아무 장치 없이 작동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 NV 센터의 초기화와 판독에는 광학 장치가 필요하고, 양자 상태 제어에는 마이크로파 계통도 사용됩니다. 사라지는 것은 핵심적으로 극저온 냉각 인프라입니다.
이 차이가 중요한 이유는 데이터센터뿐 아니라 자동차, 로봇, 항공기처럼 냉각설비를 설치하기 어려운 장소 가까이에 양자 프로세서를 배치할 가능성을 열기 때문입니다.
자동차와 로봇에 바로 양자컴퓨터가 들어갈까
아직 그렇게 판단하기는 이릅니다.
삭손 큐는 로봇, 자동차, 항공우주, 엣지 AI 등을 향후 활용 분야로 제시합니다. 클라우드의 원격 양자컴퓨터로 데이터를 보냈다가 결과를 받는 대신 현장 가까이에서 처리하면 통신 지연을 줄일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하지만 이는 가능성이 제시된 응용 방향이지, 현재 128큐비트 제품이 자율주행이나 로봇에서 기존 CPU·GPU보다 뛰어난 실용 성능을 입증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오히려 지금 확인해야 할 것은 실제 산업 문제에서 어느 정도의 양자 이점을 만들 수 있는지, 멀티코어 구조가 복잡한 양자 알고리즘에서 얼마나 확장되는지, 오류를 보정한 논리 큐비트를 어떤 방식으로 구현할지입니다.
99.98% 정확도라면 거의 완성된 기술일까
삭손 큐 공동창업자는 2026년 7월 22일 기준 최신 단일 큐비트 연산 충실도(fidelity)가 99.98%라고 밝혔습니다. 충실도는 원하는 양자 연산이 얼마나 정확하게 수행됐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다만 Live Science는 이 수치가 독립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고 명시했습니다. Live Science
또한 단일 큐비트 충실도 99.98%가 양자컴퓨터 전체의 계산 정확도 99.98%라는 뜻은 아닙니다.
실제 복잡한 양자 알고리즘에서는 여러 큐비트를 연결하는 연산과 반복적인 게이트 실행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2큐비트 게이트 성능, 코어 내 연결성, 전체 시스템 오류 특성, 오류 보정 결과까지 확인해야 다른 양자컴퓨터와 의미 있는 비교가 가능합니다.
현재 공개된 정보만으로 삭손 큐 시스템이 기존 초전도·이온트랩·중성원자 방식보다 전반적으로 우수하다고 결론 내릴 단계는 아닙니다.
SXQ512와 1만 큐비트 계획은 언제 나오나
삭손 큐의 현재 계획에서 SXQ128은 주문 가능한 제품이며 회사는 약 3개월의 공급 일정을 안내하고 있습니다. SXQ512는 2027년 2분기 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2030년 이후에는 1만 큐비트 이상 단일 임베디드 시스템을 지향하는 로드맵도 공개돼 있습니다.
하지만 512큐비트와 1만 큐비트는 현재 검증이 끝난 제품 성능과 구분해야 합니다. 특히 1만 큐비트급은 장기 개발 목표입니다.
Live Science도 현재 다이아몬드 칩이 8개 또는 16개 큐비트 수준을 지원하는 구조라며, 수백~수천 큐비트를 하나의 배열에 집적하는 것이 향후 확장의 중요한 과제라고 지적했습니다. Live Science
이번 발표에서 정말 중요한 변화
이번 발표의 의미는 단순히 ‘128’이라는 큐비트 숫자에 있지 않습니다.
다이아몬드 NV 센터 방식은 이미 오래전부터 상온 양자정보 처리 후보로 연구돼 왔지만, 여러 큐비트를 정밀하게 만들고 서로 제어하면서 규모를 확대하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DLR 역시 NV 센터 기술의 핵심 확장 과제로 여러 NV 센터를 가까운 위치에 정확하게 만드는 문제를 지적해 왔습니다.
삭손 큐가 의미 있는 성과를 냈다면 그 지점은 상온이라는 장점을 유지하면서 4큐비트 수준의 기존 제품에서 100개가 넘는 시스템 규모로 멀티코어 확장을 시도했다는 것입니다.
다만 128개가 하나의 완전 연결된 양자 레지스터가 아니라는 점, 최신 성능의 독립 검증 자료가 아직 제한적이라는 점까지 함께 봐야 이번 발표를 과장 없이 이해할 수 있습니다.
‘냉동고가 필요 없는 양자컴퓨터’는 분명 눈에 띄는 변화입니다. 이제 더 중요한 질문은 몇 큐비트를 적어 놓았느냐가 아니라 실제 문제에서 몇 개의 큐비트를 함께 안정적으로 얽히게 하고, 얼마나 깊은 연산을 정확하게 수행할 수 있느냐입니다.